
" 녹색은 악마의 색이라고들 하죠. "
외형 :
차분하게 정리를 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남아 있지만, 여전히 산만하게 엉커있는 브루넷 곱슬머리가 날개죽지까지 이어졌다. 유난히 눈길이 가는 왼쪽 앞머리 밑으로는 진홍색의 선명한 상처가 이마에 자리를 잡았다. 높게 솟구쳐 있는 짙은 눈썹은 올라간 눈매를 한층 더 매섭게 만들어주었고, 두드러진 광대 골격과 창백한 피부가 함부로 접근할 수 없는 인상을 자아낸다. 거기에 밝고 선명한 녹안까지 왠지 모르게 눈길을 끌다가도 소름끼치게 하는 느낌을 준다. 짐승의 털이 목 부분에 와닿도록 한 채 가죽끈으로 고정을 한 남색 케이프를 둘렀으며, 보온을 위해 목부분까지 올라오는 흰 상의가 달린 깔끔한 인상의 네이비 색 드레스를 입었다. 팔뚝의 반까지 오는 기장의 가죽 장갑은 전문적이면서도 서늘한 인상의 주인과 제법 잘 어울렸다.치렁치렁하진 않으나 끝부분이 바닥에 닿아 발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하여 오직 보온성만을 위한 신발을 착용했다. 전반적으로 깔끔하고 권위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이름 : 베아트리체 보로메오 Beatrice Borromeo
성별 : 여성
나이 : 29세
키·몸무게 : 175/62
국적 : 이셀로네아 연합 왕국
출신 : 서부 태생 (현재는 북부인)
진영 : 신진세력
신분/직책 : 북부의 중앙 외교관/ 보조 대사
성격 :
[야망]
서부 영주의 딸 출신이라는 든든한 배경과 안정된 미래를 버리고 북쪽으로 향한 까닭은 분명 그 안에 살아 꿈틀거리는 욕망 때문이리라. 어릴 적부터 무엇이든 끝내 제 것으로 만들고야 말던 지독함이 언제나 더 높은 곳을 바라보도록 인도한 탓일까. 베아트리체는 자라오면서 쉴새없이 원하고 얻어냈다. 그의 삶에 있어 욕망을 멈추기란 덫에 걸린 사냥감이 발버둥 치기를 멈춘 것과도 같았다. 그렇기에 감히 관습에 도전하여 제 아비의 자리를 넘본 행위는 당연한 일이었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바라는 게 있다면 반드시 얻어야만 한다. 그는 갈망하며 살아있음을 느꼈다.
[대담성]
높은 이상을 품고 있더라도 추진력이 없다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베아트리체는 욕망하는 순간부터 그에 걸맞는 강인함을 갖춰야 함을 알았다. 오롯이 목표만을 위해. 때로 그것은 오만이자 무모함이었고, 인내기도 하였으며 상상도 못할 솔직함이기도 했다. 경우에 따라 상이해졌지만 결국 남들은 쉬이 나서지 못하는 대범함이었다. 강한 사람만이 살아남으며 원하는 걸 얻을 수 있다. 베아트리체는 성공하기 위해 오직 하나, 자신의 강인함만을 맹신했다. 다른 것들은 몰라도 자신만은 절대 실망시키지 않기에.
[난폭]
제 아무리 비범한 머리를 가지고 있다고 한들 한순간 분을 못 참아버리면 이뤄놓은 것들이 수포로 돌아가 버리고 만다. 불같은 성격 덕에 실패의 쓴 맛을 여러번 맛보아 예전보다는 덜하긴 하지만, 여전히 호감가는 성격은 아닌 듯 하다. 뭣도 모르던 시절에는 가장 높은 자리에 오르리란 포부를 내세웠지만, 점차 현실을 인지하고 자신의 주제를 파악하면서 최고 권위직은 자신의 성격과는 그닥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그 뒤로 자신에게 중요하지 않은 이들이 감히 자신을 넘볼 수 없는 자리 정도를 구상하고 있다. 나이를 먹은 뒤론 노련하게 감정 조절을 하긴 하지만 가끔 분에 겨워서 어쩔 줄 모르거나 예기치 못한 상황이 닥칠 때는 악에 받쳐 소리를 지르며 온갖 물건들을 쳐부수곤 한다.
기타사항 :
출신
본디 보로메오가(家)가 영주로서 자리잡음을 한 서부의 가장자리 지역에서 여자아이란, 기껏 잘 쳐줘봤자 높은 가문과의 연을 맺을 도구로밖에는 취급되지 않았다. 하지만 전 영주는 짙은 브루넷의 산발을 한 조그만한 피붙이의 눈 속에서 생생한 갈망을 발견했던 모양이다. 원체 자기주장이 세고 사나워 방치하다시피 하던 아이를 하룻밤사이 바꾸어놓아 서재의 서적들을 읽도록 만든 것이 시발점이었다. 아이는 영특했고, 욕심이 있었지만 가끔 분수에 맞지 않는 것을 원해 곤혹을 치르곤 했다.
영주는 가장 특출난 인재를 만들어낼 자신이 있었다. 여자아이인 것이 흠이긴 했지만 인적자원이 제일인 곳에서 자신의 위신을 세워주기엔 가장 적합한 인재 아닌가. 영주가 알아본 순간부터 아이는 기대 이상으로 부흥해주었고, 그런 양상은 시간이 갈수록 영주를 좀 더 욕심내게 만들었다. 영주의 욕심으로 인해 박차가 가해진 아이의 욕심은 끝이 없었다. 그야말로 골이 깊어지는 악순환이었다. 처음은 미미한 문학, 그 다음은 사학, 다음은 행정학. 끝내는 서부 아카데미 입학까지 요구하였고, 그 해 성별이라는 장벽을 넘고 가장 우수한 성적으로 수료하였다. 아카데미 수료는 영주에게 안도이자 만족이었지만, 아이에게는 시작에 불과하였다.
직책
서부의 여론과 관습을 극복하지 못하고 영주 자리를 얻는 것에 실패하자 서부 아카데미에서 연이 닿았던 북부 변방의 차기 영주에게 연락해 영주 소속 사자(使者)로 등용되었다. 그의 나이 18세에 벌어진 일이다. 본인이 세웠던 계획보다는 좀 더 낮은 자리에서 시작되었으나 북부에서 기틀을 잡아 세력의 초석을 만드려는 목표에는 큰 지장을 주지 않았다. 서부에서 북부로의 이동은 무모하고도 오만했음을 스스로도 인지를 하고 있지만 특유의 빠른 판단력과 직감, 그리고 약간의 운으로 얻어낸 결과는 언제나 그의 욕망에 충족되곤 했다.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 안에 영주소속 사자에서 중앙 보조 대사 자리에 올랐다. 서부 아카데미에서조차 인정하던 출중한 외국어 실력과 외교 지식 덕이기도 했지만 (물론, 북부의 사회적 분위기와 전략가가 필요하다는 점, 인맥과 출신도 비중이 크긴 했다) 강대함과 대범함이 없었더라면 좇기만 했을 허망한 꿈에 불과했을 터. 그는 스스로 자신이 재목임을 알았으며, 걸맞는 자리에 오를 자격이 주어져야 한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정식 관료는 맞으나 출세에 속도를 가하려고 하다보니 추천에 추천을 통한 방식으로 등용이 되어 보조라는 이름을 달게 되었다. 어디까지나 보조이기 때문에 공식적으로는 활동에 제약이 많다. 외교 대사의 실질적인 일을 대부분 도맡아서 처리하고 있으며, 제 2왕자가 중동으로 납치된 상황에서 파견된 대사를 대신하여 권한을 잠시 위임받았다.
신앙심
서부의 거의 모든 것을 거부했지만 딱 하나, 종교만큼은 순순히 받아들였다. 신앙심이 그리 깊진 않았지만 언젠가 높은 자리를 꿰차고자 한다면 국교에 반하는 기색을 보여봤자 좋을 것이 없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너무 극적인 신앙생활은 수도원으로 연결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의무적으로 예배를 드리거나 하는 등 과시적 행동을 필요한 만큼만 드러냈다. 에인소프교를 종교가 아닌 학문적으로 접근하여 웬만큼 필요한 정보들은 다 알고 있다. 철학적으로도 접해보려는 노력을 잠시 해본 적이 있으나, 곧 흥미를 잃고 관두었다.
싸움꾼
책만 읽고 아카데미를 좋은 성적으로 졸업했다고 한들 범생이란 법은 없다. 원하는 것이 있으면 폭력으로 빼앗는 것이 가장 빠르고 쉬운 방법임을 어릴 적부터 터득해왔기에 거친 방법은 그에게 있어 언제나 좋은 조언가였다. 머리가 좀 크면서 무분별한 폭력 대신 검술과 궁술을 익히게 되었다. 주위의 반발과 염려가 컸지만 영주는 기왕 최고의 신붓감으로 만들고자 결심했다면 모든 분야를 섭렵하는 것은 봐야 하지 않겠냐는 도박을 걸었다. 아주 기초만 가르치려던 아카데미에서도 반발이 거세지자 결국 베아트리체를 거절하게 되었다. 북부에 온 이후로 기사단의 병사들에게 간간히 검술을 배우고 있다. 선천적으로 악력이 세고 근력이 좋아 어느 종목이든 곧잘 터득했지만 제일 자신있는 건 무분별한 주먹다짐이다.
